망설이는 나에게 찾아온 작은 안내문 하나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노트북 앞에 앉았어요. 평소처럼 키워드 몇 개 살펴보다가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키워드 순위만 봐도 글감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손이 움직이질 않아요.
‘이걸 언제까지 이렇게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한때는 블로그 덕분에 자신감도 붙고, 수익도 쏠쏠했지만 그게 벌써 몇 년 전 얘기더라고요.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수익도 출렁이고, 광고 단가도 예전 같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구청 앞 게시판에 붙은 종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중장년 창업지원 설명회 개최’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거예요. 근데 그날따라 유독 그 문구가 계속 눈에 밟혔어요. ‘나 같은 사람도 대상이 되는 걸까’ 싶은 생각에 휴대폰으로 사진만 찍어두고 돌아섰는데, 그날 밤에도 그 사진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그다음 날, 별 준비도 없이 설명회장에 앉아 있었어요.
설명회장에서 느낀 묘한 이질감
설명회장은 조용했고, 저처럼 40대 중후반부터 6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의자에 띄엄띄엄 앉아 있었어요. 대부분 무표정이었고, 몇 분은 팔짱을 낀 채 그냥 듣고만 계셨어요. 설명하는 분은 열정적으로 프로그램 내용을 전달했지만, 솔직히 머릿속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창업지원금’, ‘멘토링’, ‘사무공간 무상 제공’ 같은 말들이 오갔지만 정작 가슴을 건드린 건 없었어요. 사람마다 기대하는 게 다르겠지만 저는 그냥, 누군가 “당신 아직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자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날은 끝까지 듣고 나오면서도 마음이 들떠 있진 않았어요.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시작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같은 말들이 자꾸 떠올랐죠.
하지만 무언가가 마음속 어딘가를 톡 건드린 건 분명했어요.
그 후 몇 달간은, 말 그대로 ‘삽질’이었어요
한동안 계속 고민만 하다가, 어느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작은 목표 하나를 세웠어요.
‘내가 해온 블로그 경험을 활용해서, 동네 사장님들한테 글을 써드리자.’
이름도 없는 작은 컨설팅이었어요.
포스터도 만들어보고, 전단지도 만들어 동네 카페와 편의점에 붙였어요.
지인들에게도 소개해달라고 연락을 돌렸고요.
처음엔 반응이 거의 없었어요. 상담 요청이 들어와도 막상 만나보면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서거나, “그거 나중에 생각해볼게요” 하고 연락이 끊기곤 했어요.
한 분은 겨우 계약까지 했는데, 글을 보고 실망스럽다며 환불을 요구하셨어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는 한참 동안 아무것도 못 했어요.
‘내가 뭘 착각하고 있었던 걸까’,
‘남들 도와준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체면도 상하고, 마음도 다치고, 그날은 술 한 잔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누워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제 창업 시도의 첫 번째 현실이었어요.
분식집 사장님,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신뢰
어느 날, 예전에 전단지를 봤다는 어떤 분이 연락을 주셨어요.
동네에서 오래 분식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셨어요.
“요즘 학생들이 블로그 보고 많이 오더라구요. 나도 그런 거 좀 하고 싶은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솔직히 처음엔 망설였어요. 이전 실패 경험이 머릿속을 맴돌았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투가 너무 진지해서,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어요.
가게에 직접 가봤고, 메뉴판을 보고,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감이 왔어요. 사진도 직접 찍고, 글도 직접 쓰고, 키워드도 동네 중심으로 잡았어요.
처음엔 반응이 없었는데, 한 달쯤 지나서 사장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저번 주말에 대학교 앞에서 손님 두 팀이 블로그 보고 왔다더라. 젊은 친구들이더라고.”
그 말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그게 제 첫 번째 성공이었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에요.
그 뒤로는 천천히 입소문이 났고, 지금은 두세 곳의 소상공인 가게와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어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상이 되었어요
예전엔 늘 실시간 검색어, 최신 키워드, 클릭율, RPM 같은 숫자에만 몰입했어요.
하루 수익 몇 천 원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고, 경쟁 블로그와 비교하면서 자괴감도 많이 느꼈죠.
지금은 조금 달라요.
수익이 크진 않지만,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참 묘한 기분을 줘요.
이전에는 몰랐어요. 글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또 하나 달라진 건, 제 자신을 대하는 태도예요.
예전에는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봐’ 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는데, 지금은 ‘나이 들었기에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디지털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내가 해온 경험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쌓아온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나는 결국, 다시 살아가는 중이에요
요즘 가끔 그날 봤던 구청 게시판을 떠올려요.
그 작은 안내문이 제 인생에 이렇게 큰 방향을 만들어줄 줄은 몰랐거든요.
여전히 불안정한 날들이 많고, 완벽한 수익모델도 아니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살아가는 중’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
나만의 속도로 살아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혹시 예전의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부디 너무 빠르게 자신을 단정 짓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 나이에 뭘’이라는 생각보다,
‘이 나이이기에 가능한 게 뭘까’를 한번쯤 떠올려보시길 바라요.
지금도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이 열리고,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중장년 창업 지원을 찾는 계기 요약
| 상황 | 내면의 생각 | 결과 |
|---|---|---|
| 블로그 수익 불안정 |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 다른 가능성 탐색을 결심 |
| 구청 게시판에서 설명회 발견 | “그냥 한번 들어나 볼까?” | 창업지원 설명회 참석 |
| 설명회 후 마음의 변화 | “이 경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소상공인 대상 컨설팅 시도 시작 |
중장년 창업지원 경험의 실제 변화 요약
| 경험 단계 | 느낀 점 | 변화된 태도 |
|---|---|---|
| 시작 전 | 불안함, 방향성 없음 | 한 걸음 내딛기 위해 외부 기회에 귀 기울임 |
| 시행착오 경험 | 좌절, 자존감 하락 | 실패를 감당할 용기 생김 |
| 변화 계기 | 소소한 제안에 진심을 다한 경험 |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 생김 |
| 현재 | 안정적 수익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일상 구축 |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생김 |
지금 제 마음속에 가장 남아 있는 말
처음 설명회를 듣고 나오는 길에, 제 손에 쥐어졌던 한 장짜리 팸플릿 구석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어요.
“당신의 경험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도 제 마음속을 지탱해주는 말이에요.
제 경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지금의 저를 움직이게 해요.
그러니까, 당신도 괜찮아요.
어느 날 문득, 작은 문구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