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아주 우연하게, 그저 아무 일도 없던 오후
블로그 글을 두 개 쓰고 나니까, 갑자기 멍해졌어요. 뭔가 허전하다고 해야 할까,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붕 떠 있었죠. 딱히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요즘 들어 그런 날이 잦아졌거든요. 글을 써도, 방문자 수가 늘어나도, 수익이 조금 나아져도… 마음은 예전처럼 들뜨질 않더라고요.
그날도 늘 하던 대로 검색창을 열고, ‘요즘 뭐가 뜨지?’ 하고 키워드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노인 일자리 사회서비스형’이라는 문장을 봤어요. 사실 처음엔 무심히 넘기려 했죠. “아직은 나랑 상관없는 얘기잖아” 하고요. 근데… 이상하죠. 그 글귀에 시선이 자꾸 멈추더라고요. 나이가 49이면 아직 ‘노인’이란 단어는 낯설 텐데도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자꾸 미래를 걱정하게 되더라고요. 하루하루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60대가 되면 난 뭘 하고 있을까. 블로그만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점점 많아지는 콘텐츠, 올라오는 AI 글들, 빠르게 바뀌는 유튜브나 숏폼 흐름을 보면서 문득 겁이 나는 거예요. 내가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흐름 속에서 ‘노인 일자리’라는 단어가 제법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진지하게 관련 정보를 검색해봤죠.
검색으로는 다 알 수 없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처음엔 단순했어요. 그냥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 정도만 보려고 했죠. 그런데 검색을 하면 할수록 더 모호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종류도 생각보다 많고, 이름도 어렵고, 뭔가 딱 떨어지는 설명이 없더라고요.
‘사회서비스형’은 뭐고, ‘공익활동형’은 뭐지?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어요. 이거, 너무 복잡한 거 아닌가 싶어서 그냥 창을 닫은 적도 있었어요. “내가 왜 벌써부터 이런 걸 찾아보고 있지…” 자책하듯 말이죠. 그러다가 며칠 뒤, 동네 주민센터에 볼일 보러 갔다가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2025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참여자 모집’.
그 문구가 어찌나 선명하게 보이던지요. 순간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이유였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이 그렇게 흘러갔어요. 뭐라도 해봐야겠다, 글만 쳐다보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거든요.
무작정 찾아갔던 주민센터, 진짜 몰라서 헤맸다
다음 날 아침, 머리 대충 감고 점퍼만 걸치고 나왔어요. 괜히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죠. 도착해서 보니 문은 열려 있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접수 창구 옆에서 몇 분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 그러다 직원분이 “무슨 일 도와드릴까요?” 물으셔서 겨우 입을 뗐죠. “아… 저 그,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신청할 수 있나요?”
그분이 웃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는데, 갑자기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 뭔가 제가 뭘 잘못 알고 온 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애매한 나이에 뭘 하겠다고 온 게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때 담당자분이 말씀하셨어요. “일단 연령은 65세 이상이 원칙이긴 한데, 미리 관심을 가지시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그렇게 이야기 나누면서 이런저런 구조도 들었고, 유형별 차이점도 대강 감을 잡게 됐어요.
그 와중에 제가 한참을 ‘사회공익형’하고 ‘사회서비스형’을 헷갈려서 계속 반대로 얘기했던 것도 기억나요. “아니요, 그건 공익형이시고요~” 하시는 말에 민망해서 혼잣말처럼 “아… 또 헷갈렸네…” 했더니 직원분이 웃으시더라고요. 그 웃음이 그렇게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아, 여긴 적어도 나를 쳐다보며 ‘왜 왔냐’고 말하지 않는 곳이구나 싶었거든요.
어쩌다 경험하게 된 실전, 그리고 예상 밖의 실수
며칠 뒤, 한 지역 복지관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단기 보조 일자리를 제안해왔어요. 체험 개념으로 몇 주 정도만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망설였어요. 겁도 났고요. 사람 상대하는 일은 정말 자신 없었거든요. 그래도 ‘글로만 배운 건 소용없다’ 싶어서 결심했죠.
첫날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앞치마를 거꾸로 입고 인사하다가, “어? 뒤집힌 것 같으세요~”라는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고요. 반찬통 뚜껑을 꽉 닫지 않아서 한참 쌓은 식판이 와르르 넘어졌던 날도 있었어요. 그때 어르신 한 분이 조용히 제 어깨를 토닥이며 “처음엔 다 그래요” 하셨는데, 그 말에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어요.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 신호등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내가 이런 실수를 블로그에 써야겠다’ 하고 다짐했죠. 사람들이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들 한 번씩은 헤매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기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변화는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식판을 돌리던 중 한 어르신이 제 손을 꼭 잡았어요. “이 손이 따뜻해서 밥도 따뜻하게 느껴지네.” 순간 멍했어요. 그 말이 제 마음을 두드렸어요. 내가 그냥 일하는 게 아니구나.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온기를 더하고 있구나.
그때부터 달라졌어요. 단순한 보조 업무라는 생각이 사라졌고,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반찬 하나 고를 때도, 말 한마디 건넬 때도, 제 안에서 다른 감정이 움직였어요. 이런 게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구나, 그런 걸 처음 실감했죠.
지금은 다시 글을 쓰지만, 마음속엔 그때의 손길이 남아 있다
지금은 다시 본업인 블로그에 집중하고 있어요. 콘텐츠도 예전보다 빠르게 쓰고 있고, 키워드 트렌드도 신경 써가며 운영 중이에요. 그런데 그 경험이 있었던 이후로 글의 결이 살짝 달라졌다고 느껴요. 뭐랄까,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엔 그냥 잘 되는 키워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 위주로만 썼는데 요즘은 가끔 제 감정을 적는 글도 올리게 됐어요. 반응도 생각보다 좋아요. 사람들이 결국 보고 싶은 건 살아 있는 이야기라는 걸 새삼 깨달았거든요.
내가 직접 겪은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체험 정리표
구분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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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갖게 된 계기 | 미래에 대한 불안, 블로그 외의 삶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 |
처음 느낀 감정 | 복잡함, 낯섦,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느끼며 거리감 |
정보 탐색 중 느낀 점 | 유형이 다양하고 용어가 어려워 이해가 쉽지 않았음. ‘사회서비스형’과 ‘공익형’을 계속 혼동했음 |
직접 방문 경험 | 주민센터에서 상세 설명 들으며 차츰 용기를 냄. 실수도 했지만 따뜻한 응대에 마음 열림 |
실무 체험 위치 | 지역 내 노인복지관 (단기 체험 일자리 형태) |
현장 경험 중 실수 | 앞치마 거꾸로 입기, 식판 쏟기 등 소소한 실수들로 민망한 순간 겪음 |
현장에서 얻은 변화 | 어르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일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됨. 단순 업무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나누는 일로 받아들임 |
현재의 시선 | 블로그 글에도 감정과 사람 냄새를 담게 됨.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단순 정책이 아닌 ‘삶의 전환점’으로 기억함 |
기억에 남는 말 | “이 손이 따뜻해서 밥이 더 맛있네” – 어르신의 말이 큰 위로와 변화의 계기가 됨 |
개인적인 조언 | 조건보다 마음이 먼저인 일자리. 망설이기보단 일단 한 걸음 내딛어보면, 뜻밖의 따뜻함을 만날 수 있음 |
마음속에 아직도 또렷한 그 한마디
그때 그 어르신이 해주셨던 말, “따뜻한 손 덕분에 밥이 더 맛있다”는 그 말…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 한마디가 제 마음속 어딘가를 살며시 열어줬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어떤 나이로 살아가든, 저는 그때의 손길을 기억할 거예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누군가에겐 그냥 정책일 수 있어요. 근데 저한텐 그날의 햇살 같았어요.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준 시간이었어요.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너무 계산하지 말고 한 걸음만 용기 내보세요. 거기서 시작되는 변화도, 분명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