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장모님께서 “요즘 사람들 보면 나이 들어서도 일 다 하던데, 나도 뭐라도 할 수 있을까?”라고 하시는 거예요.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그 말 끝에 진심이 묻어나더라고요.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잖아요. ‘나도 뭔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말이에요.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요즘 그런 일자리가 있긴 한가?’ 싶었는데, 막상 주변을 돌아보니 이미 동네 공원이나 학교 앞에 서 계신 어르신들이 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더라고요. 한 번은 아이 하교길에 마주친 분께 여쭤봤는데, “시니어클럽에서 나왔어요”라는 말에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그 길로 본격적으로 알아보게 된 거죠.
알아보는 데부터 쉽지 않았던 첫 경험
일단 인터넷에 ‘노인일자리 신청’이라고 검색을 해봤어요. 워크넷, 복지로, 시니어클럽, 행복일자리센터 등등 사이트는 여러 개가 나오는데… 어르신들 입장에서 보면 진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사이트 하나하나 눌러봐도 로그인하라고 하고, 공인인증서에 공동인증서까지 나오니까 저는 물론이고 부모님 세대 분들이라면 포기하고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장모님 손잡고 동네 주민센터부터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단순 안내만 하고 접수는 따로 시니어클럽이나 복지관에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아, 한 번에 안 되는구나…’ 싶었죠. 그냥 바로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다시 시니어클럽 위치를 찾아가서 방문했는데, 여기도 처음엔 어색했어요. 뭐랄까… 들어가자마자 너무 조용하고, 뭔가 기관 느낌이 강해서 살짝 주눅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금세 분위기 풀렸습니다.
선택지는 여러 개였고, 고민도 많았어요
일단 시니어클럽에서는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이라는 세 가지 노인일자리 유형을 소개해주셨는데, 듣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공공형은 주로 지역 환경정비나 교통안전 계도 같은 일이고, 사회서비스형은 복지기관 같은 곳에서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시장형은 조금 다르게, 스스로 물건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활동을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장모님께 어떤 일을 권해드릴까 고민이 많았어요. 체력도 생각해야 하고, 거동도 편해야 하고, 무엇보다 ‘억지로 가는 일’이 아니라 ‘기분 좋게 갈 수 있는 일’이었으면 했거든요.
복지관에도 가봤는데 여긴 문화 프로그램 중심이라 그런지 일자리 수는 적고 대기자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주민센터는 연계만 하고 실제 운영은 따로 하고요. 결국 결정은 시니어클럽에서 하는 게 제일 빠르고 안정적이겠다 싶었습니다.
결국 시니어클럽에서 신청했어요
상담 받는 동안 일자리 리스트를 종이에 프린트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주중 몇 요일 가능한지, 외부활동 가능한지, 대중교통 이용은 괜찮은지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하시고,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추천해주셨어요.
장모님은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지도 업무로 배정되셨어요. 오전 8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하루 3시간 근무, 주 3일 정도라서 너무 힘들지도 않고, 아이들 웃으며 인사해줄 때마다 기분 좋다고 하셨어요. 집에서도 그날 있었던 일들 말씀하시면서 훨씬 밝아지셨어요.
그걸 보면서 ‘일자리’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직접 겪으며 알게 된 장점과 아쉬운 점
가장 먼저 느낀 장점은 ‘생활 리듬’이 생긴다는 거였어요. 오전 시간에 일하러 나가니까 자연스럽게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고, 집에만 계실 땐 누워 계시거나 TV만 보셨는데 요즘은 점심도 챙겨 드시고,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대화도 하시고요. 얼굴 표정도 훨씬 밝아지셨어요.
또 다른 장점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다른 어르신들과도 금세 친해지셨고, 그날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다도 떨고, 같이 간식 나눠 먹기도 하시더라고요.
단점도 있어요. 첫 번째는 일자리가 항상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신청 시기에 따라 대기자가 많으면 배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보다는 가능한 일부터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는 온라인 신청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점이에요. 워크넷이나 복지로를 통해 신청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젊은 세대가 보기에도 복잡해요. 어르신들만 두고 보자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생각돼요. 결국에는 가족이 함께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야외 활동은 여름이나 겨울에 힘들 수 있고, 비 오는 날은 일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어요. 그런 유연성까지는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지 않더라고요.
직접 알아보면서 비교해본 노인일자리 신청처 정리
구분 | 담당 기관 특징 | 장점 | 아쉬운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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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클럽 | 노인일자리 전담 운영 기관 | 종류 다양, 상담 친절, 체계적 | 신청 몰릴 땐 대기 발생, 실내업무는 한정적 |
동 주민센터 | 안내 역할 위주, 실제 신청은 별도 기관에서 진행 | 가까운 곳에서 기본 정보 얻기 쉬움 | 실질적 접수 불가, 상세 상담 불가 |
노인복지관 | 복지 프로그램 중심 운영 | 프로그램 많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음 | 일자리 수 적고 대기자 많음 |
온라인 신청 (워크넷·복지로) | 정부 공식 사이트 통한 신청 | 모바일에서도 신청 가능, 지역 정보 확인 가능 | 로그인, 인증 과정 복잡, 어르신 단독 신청 어려움 |
지금 신청하려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
노인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단 30만 원의 수입보다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존감이 훨씬 더 커요. 실제로 장모님도 “이 나이에도 쓸모 있다는 게 좋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는데 저도 뭉클했어요.
신청은 무조건 온라인으로 하기보다, 가까운 시니어클럽이나 복지관을 직접 찾아가서 상담부터 받아보세요. 거기 계신 분들이 정말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십니다. 괜히 혼자 검색창 붙잡고 머리 싸매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해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신청이 몰리는 시기가 있어요. 보통 연초나 하반기 초에 신규 모집을 하거든요. 그 시기를 잘 노려야 원하는 일자리에 배정될 확률이 높아져요. 그리고 주변 어르신들도 같이 신청하시면 더 즐겁게 활동하실 수 있어요.
저는 장모님 모시고 다니면서 많이 느꼈어요. 나이 들수록 ‘소속감’이 중요하다는 걸요. 가족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일, 내 자리, 내 역할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직접 신청하실 어르신이든, 가족이든 상관없어요. 한 번이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근처 기관부터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문은 활짝 열려 있고, 들어서기만 하면 거기서부터 시작이에요.
지금이 딱 그 타이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