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그냥 심심함 때문이었어요
솔직히 말해서요. 뭔가 대단한 목적이 있어서 시니어인턴십을 알아본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하루가 너무 길더라고요. TV도 지겹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몸은 점점 굳고.
집에 있으면 자꾸 군것질만 하고, 낮잠도 들쑥날쑥하고.
하루는 아내가 현관문 앞에 붙은 종이 하나를 들고 와서 말하더라고요.
“여기 이런 거 있대. 가만히 있지 말고 해봐.”
보니까 ‘시니어인턴십 참여자 모집’이라고 써 있더라고요.
그때는 진짜 뭐가 뭔지 몰랐어요. 그냥 ‘인턴십’이라는 말에 낯설고, 나이 들고 이걸 왜 하지? 싶기도 했고요.
근데 마음 한쪽이 묘하게 끌리긴 하더라고요.
“이 나이에 내가 뭔가 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들자마자, 갑자기 도전 욕심이 생겼어요.
신청하는 과정부터 솔직히 좀 헤맸어요
일단 동 주민센터로 직접 갔어요.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설명은 해주셨는데… 솔직히 처음엔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이건 정부 지원이고, 참여기업은 따로 있고, 정규직 전환도 있고…’ 이렇게 쏟아지는데,
머릿속은 그냥 멍…
나중에 집에 와서 다시 프린트물 보면서 천천히 정리했어요.
정리한 핵심은 이거였어요.
“일정 시간 동안 기업에서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 보험도 들어준다. 근무는 주로 평일 오전~오후까지만.”
좋네, 싶었죠.
그래서 지원하려는데… 이력서를 직접 써야 하더라고요.
아 진짜 오랜만에 펜 잡으니까 글씨체도 이상하고, 줄 맞추는 것도 삐뚤빼뚤.
경력사항 적다가 ‘이걸 내가 왜 했지?’ 싶은 기억도 나고요.
자기소개서 비슷한 활동계획서도 있었는데, 그건 진짜 애 먹었어요.
너무 잘 쓰려다 보니까 오히려 안 써지고, 그래서 막 던지는 말투로 써보니 그게 더 괜찮아 보였어요.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하겠습니다’ 이런 말 말고, 그냥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이 일이 기대됩니다’ 이렇게요.
비슷한 제도들 사이에서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시기에 ‘노인일자리 사업’이란 걸 같이 알게 됐어요.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뭐 이렇게 나뉘는데,
솔직히 전부 다 비슷해 보였어요.
교통지도를 하느냐, 복지센터 도우미를 하느냐, 아니면 카페 같은 데서 일하느냐 이런 차이인데
전문성도 없어도 되고, 시간도 짧고, 활동비는 대체로 비슷해요.
근데 시니어인턴십은 유일하게 ‘기업’에서 일한다는 게 달랐어요.
내가 예전에 다녔던 것 같은 사무실, 팀워크, 전화 응대, 서류 정리… 그런 걸 경험할 수 있다니
그게 좀 끌렸어요.
아내는 공익활동형이 더 편하다고 했지만, 전 솔직히 그냥 사람들 속에서 움직이고 싶었어요.
뭔가 ‘일’이라는 느낌이 나는 활동이 필요했달까요.
결국 시니어인턴십을 선택한 이유
제가 선택한 곳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이었어요.
직원은 20명 정도?
인턴이라고 해서 막 시키거나 하진 않고, 아주 가볍게 ‘도와주는 역할’ 정도였어요.
사무보조 업무였는데, 전화받고, 방문자 응대하고, 문서 분류하고, 그런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두 번째 주부터는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어라, 나 아직 괜찮네?’ 이런 생각 들면서 자존감이 쑥 올라가더라고요.
사람들도 무척 잘해줬어요.
처음엔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직원이 나중엔 “팀장님처럼 믿음 가요”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집에 가서 혼자 피식 웃었어요. “내가 팀장이라니…”
일하면서 진짜 좋았던 점과 솔직히 불편했던 부분
좋았던 점 1. 생활리듬이 생긴다는 거요.
출근하고, 점심 먹고, 퇴근하고… 이 리듬이 생기니까 하루가 지나가는 게 훨씬 안정감 있어졌어요.
밤에 잠도 잘 오고, 이상하게 덜 피곤해요.
좋았던 점 2.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에너지를 받는다는 거.
회의할 때 옆자리 직원이 “선생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하는데 그게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혼자 집에 있을 땐 절대 못 느꼈던 감정이에요.
좋았던 점 3. 내가 아직 쓸모 있다는 느낌.
젊은 직원들이 모르는 엑셀 함수 물어볼 때
“그거 말이야, if랑 vlookup 같이 쓰면 돼”라고 말해주는 내가 뿌듯했어요.
근데 단점도 있었어요.
단점 1. 일의 강도가 너무 낮은 경우가 있어요.
가끔은 진짜 할 일이 없어요. 앉아서 멍 때릴 때도 있고, 눈치 보일 때도 있어요.
‘내가 너무 심심해서 눈치 주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단점 2. 계약 기간이 생각보다 짧아요.
3개월짜리 계약이었는데, 연장 가능하다 해도 무조건 되는 게 아니거든요.
기업 사정 따라 종료되기도 해요.
막 적응될 무렵에 끝나버리면 허무하더라고요.
단점 3. 나이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
물론 서로 배려하지만, 젊은 직원들끼리 웃고 떠들 때
그 안에 껴들긴 쉽지 않아요.
괜히 내가 조용히 있으면 ‘불편하신가?’ 하는 눈치 받기도 하고요.
시니어인턴십 직접 참여하며 느낀 장단점 한눈에 보기
구분 | 장점 | 단점 |
---|---|---|
생활 리듬 | 출근-퇴근 시간 생겨서 하루가 규칙적으로 돌아감 | 계약 기간 짧아서 아쉬움이 큼 |
감정 변화 | 사회와 연결된 느낌, 자존감 상승 | 젊은 직원들과의 세대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 발생 |
업무 환경 | 사무직 업무로 몸에 무리 없고 적당한 긴장감 유지 가능 | 가끔 할 일이 없어서 멍하게 있는 시간 생김 |
보람 요소 | 후배 직원들에게 조언해 줄 때 느끼는 뿌듯함 | 정규직 전환은 드물어 지속적인 일자리로 연결되기엔 어려움 |
경제적 측면 | 활동비 지급, 4대 보험 일부 포함 | 급여 수준은 일반 직장보다 낮고, 실질 수입 기대는 낮음 |
이제 막 알아보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
처음엔 두려울 수 있어요.
‘내가 이걸 왜 하지? 괜히 어색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부터 들죠.
근데 한 번만 해보세요. 진짜예요.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돼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무기력했던 일상이 다시 살아나요.
준비물 많지 않아요.
마음가짐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진짜 해보면, 집에만 있는 나보다
일하면서 피곤해도 활기찬 내가 더 좋아질 거예요.
혹시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일단 알아보세요.
가까운 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하니까요.
그 한 통이 인생에 작은 리듬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